핏빛으로 물든 교토, 전국 시대의 문을 열다: 오닌의 난 전말

 

고요했던 시대의 흐름을 단숨에 뒤바꾼 격렬한 불꽃, 바로 오닌의 난입니다. 1467년부터 1477년까지 11년간 이어진 이 처절한 내전은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웅장한 서막과 같았습니다. 단순히 쇼군가의 후계 다툼으로 시작된 이 불씨는 삽시간에 전국으로 번져나가, 이후 100년이 넘는 기나긴 전국 시대의 막을 올리는 신호탄이 되었죠. 권력과 야망, 배신과 혼란이 뒤섞였던 그 격동의 시대로 함께 떠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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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쇼군가의 불씨, 전국으로 번지다: 오닌의 난 발발의 드라마틱한 배경

무로마치 막부의 권위는 이미 기울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강력했던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쓰가 세상을 떠난 후, 지방의 유력한 슈고 다이묘들은 점차 막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었죠. 이러한 불안한 정세 속에서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에게 오랫동안 후계자가 없다는 사실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그의 동생 요시미를 후계자로 삼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부인 히노 도미코에게서 아들 요시히사가 태어나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쇼군 자리에 앉히고 싶었던 도미코는 야심가 야마나 소젠과 손을 잡았고, 기존의 후견인이었던 호소카와 가쓰모토는 요시미를 지지하며 맞섰습니다. 쇼군가의 후계 문제를 넘어, 막부의 실력자들이었던 이 두 가문의 첨예한 대립은 전국 각지의 슈고 다이묘들을 끌어들이며 거대한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됩니다. 지방 영지에서의 상속 분쟁과 불만이 중앙의 갈등과 복잡하게 얽히면서, 작은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거대한 화염이 되어 일본 열도를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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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칼날 아래 스러진 평화, 11년간의 처절한 전쟁 기록

1467년, 마침내 양측의 감정은 폭발했고, 교토를 중심으로 처참한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호소카와 가쓰모토가 이끄는 동군은 24개국에서 16만 명의 병력을, 야마나 소젠의 서군은 20개국에서 9만 명의 병력을 동원하며 격렬하게 충돌했습니다. 초기에는 동군이 우세해 보였으나, 강력한 오우치 씨가 서군에 합류하면서 전황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흘러갔습니다.

 

수많은 건물들이 불에 타 사라지고, 거리마다 시체가 뒹굴었던 교토는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렸습니다.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는 전쟁을 멈추려 했지만, 이미 권위는 땅에 떨어진 후였습니다. 그는 절망 속에서 연회를 열어 세월을 보냈다고 전해집니다. 전쟁은 점차 지방으로 확산되었고, 1473년, 양 군의 수장이었던 호소카와 가쓰모토와 야마나 소젠이 잇달아 사망하면서 기나긴 싸움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본 사회는 깊은 상처를 입었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3. 잿더미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시대, 센고쿠의 시작

11년간의 처절한 전쟁이 남긴 것은 황폐해진 교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무로마치 막부의 권위는 완전히 실추되었고, 지방의 슈고 다이묘들은 더욱 강력한 독립 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심지어 슈고 다이묘의 대리인이었던 슈고다이가 주인을 몰아내고 영지를 차지하는 하극상의 움직임까지 나타났습니다. 지방 호족인 고쿠진들은 스스로 무장하여 세력을 확장했고, 심지어 농민들까지 봉기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오닌의 난은 낡은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힘들이 꿈틀거리는 격동의 시대를 알리는 징후였습니다. 중앙 집권 체제는 붕괴되었고, 각 지방의 강력한 세력가들이 자신의 영토를 중심으로 패권을 다투는 전국 시대의 막이 오른 것입니다. 오닌의 난의 불꽃은 꺼졌지만, 그 재 속에서 더욱 강력하고 맹렬한 전국 시대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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